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사자, 염소, 용의 신체적 특성을 모두 가진 키메라라는 특이한 생명체가 나온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녀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인 키메라는 페가수스의 주인으로 유명한 그리스 최초 세대의 영웅 벨레로폰에 의해 죽임 당한다. 이렇게 고대 신화에선 한 영웅의 탄생을 위한 희생제물이었던 키메라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엔 자신이 영웅으로 만든 벨레로폰보다 훨씬 유명한 존재가 되었다.
키메라라는 단어는 이형의 성질을 가진 두 개의 물질이나 생물이 합쳐진 것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현대에서 자주 사용된다. 더욱 신기한 것은 불을 뿜는 괴물은 아니지만 사람 역시 키메라가 될 수 있다. 2015년, 미국 워싱턴의 한 남성은 친자 확인 검사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아들의 아버지가 아닌 삼촌이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추가적인 검사 결과에서 이 남성은 침과 정자에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학자들은 그가 키메라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2002년 뉴질랜드에서 카렌 키건이라는 여성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는데, 검사 결과 카렌 키건은 혈중 dna가 난소의 dna와 다른 키메라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전문가들은 두 키메라 증후군을 가진 사람 모두 엄마의 태속에 있을 때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에게서 dna를 일부 흡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cientific american는 엄마가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배아 중 하나가 임신 초기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결국 살아남은 배아가 죽은 배아의 일부 세포를 흡수하고 결국 두개의 dna를 갖게 된다. 쌍둥이 손실은 다태아 임신의 경우 약 21~30% 확률로 흔하게 발생한다.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키메라 증후군일 확률이 있지만 당사자는 그 사실을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유전학 전문가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키메라 증후군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이러한 이유로 키메라 증후군은 쌍둥이 소실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전문가들은 골수 이식을 받으면 후천적으로 두 개의 dna 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전한다.골수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우리 뼈 안에 있는 조직이다. 모종의 이유로 골수 이식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병든 골수를 파괴하고 기증받은 건강한 골수를 이식하는데, scientific american에 따르면 기증받은 골수가 기증자의 dna를 가진 혈액 세포를 계속 만들게 되고 그렇게 기증받은 환자가 두 개의 dna를 가지게 된다. 네이처지에 기재된 연구에 따르면, 골수를 기증받은 사람의 혈액 dna가 기증자의 혈액 dna와 100% 일치한다. 그러나, 때로는 혈액 안에 기증자와 수령자 모두의 dna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럴 땐 “혼합-키메라증”이라고 부른다.